1편. [황금알의 배신] 연 10% 고배당의 유혹, 당신의 원금이 녹고 있다

어두운 블랙 마블 바닥 위에 금이 가고 바닥부터 녹아내리고 있는 황금알이 놓여 있습니다. 이미지 상단에는 흰색과 황금색의 정갈한 고딕체로 '[황금알의 배신] 연 10% 고배당의 유혹, 당신의 원금이 녹고 있다'라는 포스팅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경각심을 주는 전문적인 분위기의 썸네일입니다.

"매월 통장에 꽂히는 달러 배당금으로 스타벅스 커피도 마시고, 넷플릭스 구독료도 냅니다. 이게 바로 경제적 자유 아닐까요?"

최근 소셜 미디어나 주식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자랑글입니다. 앞선 연재에서 우리가 나스닥 3배 레버리지(TQQQ)라는 야생마 등에 올라타 피 튀기는 변동성과 싸우는 동안, 주식 시장의 다른 한편에서는 이처럼 '매월 따박따박 현금이 들어오는' 평화로운 마법의 세계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배당 투자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연 10%에서 많게는 15%에 달하는 배당률을 내세우는 이른바 '고배당 ETF'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은행 예금 이자가 기껏해야 3~4%인 시대에, 가만히 앉아서 매년 10%가 넘는 현금을 준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요? 1억 원을 넣으면 1년에 1,000만 원, 한 달에 80만 원이 넘는 돈이 아무런 노동 없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셈입니다.

이게 사실은 이런 겁니다. 오늘 당장 내 손에 황금알 세 개를 쥐여주는 마법의 거위를 산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던져야 할 아주 날카롭고도 불길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거위는 내일도 살아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자랑하는 거위들은 십중팔구 심각한 병에 걸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시한부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당률 10%의 착시 현상, '분모'가 무너지고 있다

우선 '배당률(Dividend Yield)'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함정부터 해부해 보겠습니다. 배당률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입니다. (배당률 = 배당금 ÷ 주가)

예를 들어 주당 10만 원짜리 주식이 1년에 5,000원의 배당금을 준다면 배당률은 5%입니다. 아주 건강한 수치죠. 그런데 어느 날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 경쟁사에 밀리고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투자자들이 실망해서 주식을 던지기 시작하고, 주가는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폭락했습니다.

자, 이때 회사가 "올해까지만 체면치레로 작년과 똑같이 5,000원을 배당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합니다. 그럼 배당률은 어떻게 될까요? 배당금(5,000원)은 그대로인데 분모인 주가(5만 원)가 반토막이 났으니, 배당률은 갑자기 10%로 치솟게 됩니다.

주식 초보자들은 MTS에 찍힌 '배당률 10%'라는 숫자만 보고 흥분해서 이 주식을 쓸어 담습니다. 이른바 '배당 함정(Dividend Trap)'에 빠지는 순간입니다. 실적 악화로 주가가 폭락해서 배당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 현상'일 뿐인데, 이를 '고배당의 기회'로 착각하는 것이죠.

이 병든 거위는 10%짜리 황금알을 한두 번 낳고 나면, 이듬해에는 배당금을 1,000원으로 싹둑 잘라버릴 것입니다(배당 컷). 그러면 배당을 노리고 들어왔던 투자자들마저 대거 탈출하면서 주가는 5만 원에서 2만 원, 1만 원으로 사정없이 녹아내립니다. 매월 통장에 꽂히는 몇만 원의 달콤한 마약에 취해 있는 동안, 정작 내 억 단위의 '원금(기초 자산)'이 절반으로 증발해 버리는 끔찍한 제살깎아먹기가 벌어지는 겁니다.

당신의 살을 발라 배당으로 주는 '커버드콜'의 민낯

고배당의 또 다른 형태이자, 최근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JEPI, QYLD 등 이름만 들어도 아실 만한 상품들이죠. 이들은 어떻게 주가가 폭락하지도 않았는데 연 10% 안팎의 고배당을 매월 지급할 수 있을까요?

아주 쉬운 일상생활의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현재 시세 10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가 한 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제가 매월 100만 원씩 드릴 테니, 1년 뒤에 이 아파트값이 15억 원으로 폭등하든 20억 원이 되든, 저한테 무조건 지금 가격인 10억 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넘기시죠."

여러분이 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매월 100만 원(고배당)이 생깁니다. 기분이 아주 좋죠. 그런데 만약 1년 뒤 아파트 주변에 GTX가 뚫려서 집값이 진짜 15억 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5억 원을 벌었다고 축제를 벌이는데, 여러분은 계약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10억 원에 집을 넘겨야 합니다.

반대로 집값이 5억 원으로 반토막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은 당연히 10억 원에 살 권리를 포기할 것이고, 여러분은 집값 하락의 손실(마이너스 5억 원)을 고스란히 혼자 다 뒤집어써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커버드콜의 민낯입니다. 주가가 오를 때 누릴 수 있는 '상승분(업사이드)'은 남에게 팔아버리고, 주가가 떨어질 때의 '손실(다운사이드)'은 내가 전부 떠안는 구조입니다. 상승장이 오면 내 계좌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푼돈 배당만 들어오고, 폭락장이 오면 일반 주식과 똑같이 원금이 박살 납니다. 즉, 내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잡히고 내 살을 뜯어내어 '현재의 배당금'으로 당겨 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수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

고배당의 유혹을 물리쳐야 하는 또 다른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입니다.

현재 10%의 배당을 주는 A라는 주식이 있다고 칩시다. 1억 원을 넣으면 매년 1,000만 원을 받습니다. 회사는 성장하지 않고 매년 똑같이 1,000만 원만 준다고 가정해 보죠. 지금 당장은 이 돈으로 꽤 윤택한 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그럴까요? 짜장면 한 그릇에 1만 5,000원, 스벅 아메리카노 한 잔에 8,000원이 되는 세상이 오면, 고정된 1,000만 원의 가치는 현재의 500만 원 수준으로 쪼그라듭니다. 주가 역시 성장이 없으니 10년 내내 1억 원 그대로 거나 오히려 떨어져 있겠죠. 숫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물가 상승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 내 자산의 실질 구매력을 잔인하게 토막 낸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높은 배당률'에만 집착하는 투자는, 물가 상승이라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투자의 본질은 내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불리는 것인데, 원금은 녹아내리고 배당금의 가치는 떨어지는 '고배당의 함정'은 그 본질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습니다.

진짜 방패를 찾아서: 10년 뒤의 진실, 쑥쑥 크는 병아리

그렇다면 이 험난한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내 소중한 원금을 지키면서도, 물가 상승을 이겨낼 수 있는 진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정답은 오늘 당장 낳는 황금알의 크기(현재 배당률)가 아니라, 내일 더 큰 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의 체력(배당 성장률)을 보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배당률이 2~3% 수준으로 은행 이자보다 못해 보여도, 매년 기업이 돈을 잘 벌어서 배당금을 10%씩 올려주는 기업들 말입니다.

이게 바로 '배당 성장 투자'의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고 볼품없는 병아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병아리는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매년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5년 뒤, 10년 뒤가 되면 주가(원금) 자체도 두 배, 세 배 뛰어올라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처음 투자했던 원금 대비로 계산하는 '실질 배당률(Yield on Cost)'은 무려 10%, 15%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원금도 불어나고, 배당금도 인플레이션을 압도하며 불어나는 진정한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죠.

수많은 고배당의 함정들이 유혹하는 이 혼탁한 시장에서, 우리는 10년 이상 꾸준히 배당금을 늘려온 '근본 있는 병아리'들만 쏙쏙 골라 담은 완벽한 양계장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양계장의 이름은 바로 미국의 배당 성장 ETF, 'SCHD'입니다.

주가가 떨어져도 콧노래를 부르며 배당을 재투자할 수 있는 강철 같은 멘탈의 비밀, 그리고 SCHD가 어떻게 여러분의 잠자리를 편안하게 지켜주는 심리적 해자(Moat)가 되어주는지, 그 놀라운 마법의 복리 기어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편집장의 경제 상식 한 토막] 미국 주식 시장에는 '배당 귀족(Dividend Aristocrats)'이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있습니다. 무려 25년 이상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배당금을 올려온 기업들만 들어갈 수 있는 VIP 클럽이죠. 심지어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배당 왕(Dividend Kings)'도 존재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같은 끔찍한 시장의 공포 속에서도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기어코 올려준 이 기업들의 무서운 '현금 창출 능력'. 여러분은 당장의 10% 배당률과, 50년을 버텨낸 기업의 체력 중 어느 쪽에 여러분의 노후를 맡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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